22일(금)은 연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다. 24절기 중 22번째이자 6개 겨울 절기 중 4번째 절기다. 올겨울은 전반부인 12월 초·중순에 강추위가 몰려와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했다.
하지만 한겨울은 대개 동지(12월 22일) 무렵부터 소한(1월 5일), 대한(1월 20일)까지 한 달 정도 위세를 부리다 24절기가 새로 출발하는 입춘(2월 4일)에 그 바통을 넘겨준다.
동지는 24절기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절기다. 예부터 팥죽을 끓여 먹는 세시풍속이 함께 전해져서 그런지 왠지 명절 같은 설렘을 느끼게 해준다. 지금도 동지는 대개 다음 세 가지 의미를 갖고 우리를 찾아온다. ▷연중 밤이 가장 긴 날 ▷동지 팥죽을 먹는 날 ▷한겨울이 시작하는 때 등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동짓날 서울지역 일출 시각은 오전 7시 43분, 일몰 시각은 오후 5시 17분이다. 낮의 길이는 9시간 34분, 밤의 길이는 14시간 26분이다. 연중 밤이 가장 긴 반면 낮은 가장 짧은 날이다. 밤이 낮보다 무려 4시간 52분이나 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너무나 깜깜한 주위 때문에 아침인지 밤인지 잘 분간하지 못해 황망해지는 때가 요즘이다.
앞으로 밤이 조금씩 짧아지긴 하겠지만 ‘동지섣달 긴긴밤에’란 노랫말처럼 당분간 밤은 무척 길다. 그래도 동지가 지나면 낮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한겨울 속에서도 봄기운이 저만치서 우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조상들이 동지를 설 다음으로 경사스러운 날로 여긴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동지를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로 불렀다. 동지와 관련된 속담으로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에도 새 마음 든다’가 있다. 동지가 지나면 온 세상이 새해를 맞을 준비에 들어간다는 뜻을 비유한 속담이다.
동지는 뭐니 뭐니 해도 팥죽을 먹는 날이다. 아예 동지를 ‘팥죽 먹는 날’쯤으로 여겨 ‘동지팥죽’을 한데 묶어서 생각할 정도다. 조상들은 ‘동지첨치(冬至添齒)’라고 해서 동짓날 팥죽을 먹어야 비로소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했다.
또 팥죽이 잔병이나 액귀(厄鬼)를 쫓아내 집안에 건강과 안녕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동짓날 팥죽을 대문이나 벽 등에 뿌렸다. 팥죽의 붉은색이 잡귀를 몰아낸다고 믿었기 때문. 은퇴기 사람들은 어릴 적 어르신들이 시골집 회벽 등에 팥죽을 뿌리는 장면을 더러 기억할 것이다.
동지 풍습은 지역별로 다양했다. 경기도 지방에서는 사당에서 팥죽으로 차례를 지낸 후 방이나 마루 등에 둘러앉아 팥죽을 먹었다. 강원도에서는 찹쌀이나 수수쌀로 만든 새알심을 팥죽에 넣어 나이 수대로 먹었다. 충남 연기 지방에서는 ‘동지불공(冬至佛供)’이라 해서 불공을 드리러 절에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동지가 음력 11월 10일 안에 들면 ‘애동지’라고 해서 팥죽을 끓여 먹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나쁘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신 팥떡을 해 먹었다고 한다. 이번 동지도 음력 11월 5일로 애동지에 해당해 옛날 같으면 팥죽은 끓이지 않았을 것이다.
예부터 동짓날엔 여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이웃과 팥죽을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었다. 올해도 전국의 수많은 사찰이나 지자체, 회사, 단체 등이 동짓날을 전후로 이웃과 팥죽 나눔 행사를 갖는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경우는 올해가 애동지인 점을 고려해 이날 팥죽 대신 팥떡으로 동지 나눔 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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