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운동'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미투 물결이 연예계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배우 조민기가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에 “명백한 루머”라고 부인했으나 신인배우 송하늘이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 재직 당시의 조민기 성추행 혐의를 폭로했다.
송하늘은 조민기 성추행 논란이 일었던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잊고 지내려 했으나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견딜 수 없었다"며 "저와 친구들, 수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수년간 겪어야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고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 명백한 성추행"이라고 주장했다.
송하늘은 2013년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당시부터 선배들에게 조민기 교수를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민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 연예인이자 성공한 배우인 그 사람은 예술대 캠퍼스의 왕이었다"고 덧붙였다.
송하늘은 청주대 재학 중 당시 조민기 교수가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러 술을 마시고 강제적인 스킨십을 했으며 음담패설을 했다고 폭로, 자신이 조민기에게 당했다는 피해 사실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 그는 여자 선배가 잔뜩 취하자 조민기가 나머지 학생들은 가고 그 여선배를 조민기 오피스텔에서 재우겠다고 해 자신이 선배를 데리고 나오자 다음날부터 조민기 교수가 은근히 무시하거나 눈치를 줬고 심지어 여러 사람 앞에서 면박이나 창피를 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4년 1학기 노래방에서 여학생들 가슴을 만지는 등 신체접촉이 이뤄졌고 겨우 선배가 오고 나서야 자리가 마무리 됐다. 조민기 교수를 배웅하려 서있는데 인사를 하던 중 저에게 다가와 얼굴을 붙잡고 입술에 뽀뽀를 했다"며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충격적인 내용의 폭로를 이어갔다.
송하늘은 마지막으로 "배우가 되고자 하는 꿈이,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큰 약점이 됐다. 연기를 못하게 될까봐 이 세계에 발을 붙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지금도 고통 속에 참고 있을 것"이라며 "나의 선배들이 나에게 그랬듯이 나도 그들에게 '조심하라'는 말밖에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더러운 욕망을 채우는데 이용한 괴물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아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
이날 조민기는 JTBC '뉴스룸'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사실에 대해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을 툭 친 것을 두고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했더라"며 "노래방 끝난 후 '수고했다'고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고 부인했다.
조민기 성추행 논란은 20일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조민기가 청주대 교수로 재직 중 성추행 혐의로 교수직을 박탈당했다는 글이 올라오며 알려지기 시작됐다. 이후 청주대 측은 "성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다. 그런 판단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서 중징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민기 소속사 측은 "명백한 루머이며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충북경찰청이 조민기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내사를 착수한 가운데 조민기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는 21일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배우 조민기에 대한 성추행 관련 증언들에 대해 소속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배우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조민기가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은 하차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논란이 일어난 20일 또 한 명의 연극 연출가 조증윤이 중학생 제자를 성폭행한 의혹을 받으며 연극협회로부터 영구제명된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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