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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장자연 사건 재수사, 조선일보 뗄 수 없는 이유?

D.EdiTor 2018. 7. 5. 07:58


7월, 언론계가 고(故) 장자연씨와 조선일보에 주목하고 있다.


2009년 3월 신인배우 장자연씨는 유력 언론계 인사와 기업인 등 성접대와 술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일 장자연 사건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본조사 사건으로 선정했다. 2009년 장씨 사망 당시 검찰 수사과정에서 사건이 축소·은폐 등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결과다. 검찰 과거사위 결정을 전후로 주요 방송에서 관련 이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KBS ‘저널리즘토크쇼 J’는 1일 방송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실명을 언급하며 장자연 사건을 재조명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오는 5일 방송에서 장자연 사건을 주요하게 다룬다. MBC ‘PD수첩’도 오는 24일과 31일 2부작으로 ‘장자연 리스트’를 다룬다. ‘PD수첩’ 관계자는 “TV조선 내부에서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TF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한 뒤 “방송내용을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송사의 흐름은 대검의 진상조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JTBC ‘뉴스룸’은 지난달 28일 장씨의 동료로 사건 당시 장씨에 대한 성추행을 진술했던 배우 윤아무개씨와 생방송 인터뷰를 내보내며 주목받았다. 윤씨는 “고인이 된 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했다는 것이 죄책감처럼 다가왔고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사건이) 덮이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아무개씨가 최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해외에 거주하던 윤씨는 곧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지난달 28일 KBS ‘뉴스9’와 인터뷰에서 “조씨가 테이블에서 춤추고 내려오는 장씨의 손목을 잡아당겨 강제로 추행했다”고 말했다. 윤씨의 주장과 더불어 대검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팩트가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누군가는 포토라인에 설 수도 있다.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는 일련의 흐름은 국민청원에서 비롯됐다. 청와대는 ‘장자연씨 사망에 대한 진실을 밝혀 달라’는 2월26일자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서자 4월13일 “공소시효를 떠나 과거 수사에 미진한 점은 없었는지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와 검찰 진상조사단에서 의혹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9년 전 사건을 다시 재조사하고 방송사가 주요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은 올 상반기 한국사회의 ‘미투’ 국면과도 연결된다.  

대검 진상조사단 수사과정에서 방상훈 사장을 비롯한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올 한 해 동안 조선일보 지면에서 ‘장자연’이 언급된 건 4월3일자 사회12면 ‘검찰 과거사 위원회 재조사 대상 5건 추가 선정’ 단신 기사가 유일하다.

장자연 사건 재수사가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의 갈등, 또는 방송사와 조선일보 간의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지만 흐름은 과거와 다를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대중정부와 참여정부에서는 언론사 세무조사로 조선일보와 청와대가 갈등을 겪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세무조사 국면처럼 “언론자유 침해”를 주장하긴 어렵다. 


세무조사 국면에선 중앙·동아일보 등 타사와 함께 공동대응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사안에서 타사는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때문에 방씨 일가 입장에선 ‘운신의 폭’도 좁다. 조선일보로서는 심란한 7월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