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잎에 옮겨 붙은 불씨는 들불이 되었고, 이젠 성난 불길이 되어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가면 뒤에 숨어 약자를 유린해왔던 권력자들의 부끄러운 얼굴이 드러나면서 한국 사회는 경악과 충격으로 들끓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불길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용기와 결단으로 위선의 가면이 벗겨진 부끄러운 얼굴들을 공개한다.
■한 여검사의 폭로, 불길 당겨
지난달 29일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것이 ‘한국판 미투’의 시작이었다. 누구도 이 폭로가 들불로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고은 성추행’폭로 기폭제
서 검사의 폭로로 불이 붙은 ‘미투’가 폭발적으로 확산된 계기는 최영미 시인의 폭로였다. 지난해 말 최 시인은 고은 시인의 성추문 내용을 담은 작품을 발표했지만 주목 받지 못하다 지난 6일에서야 뒤늦게 이 작품이 조명되면서 고은 시인의 감춰진 성추문이 마침내 세상에 알려졌고, 이때부터 ‘미투’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14일엔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연극계의 실력자로 진보예술계의 대표 얼굴을 자임했던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경악을 넘어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여배우들에게 안마를 시키면서 성추행에 이어 성폭행까지 했던 이윤택씨의 추악한 이면이 폭로됐고, 성폭행을 당해 여배우가 낙태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TV·영화계로 확산
대중 문화 연예인들의 성추문도 터져나왔다. 흥행 영화에서 인상적인 코믹연기로 스타반열에 오른 영화배우 오달수씨는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 관련 기사댓글로 인해 여자 단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침묵 끝에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27일 배우 엄지영씨가 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고 나서 이제는 발뺌이 어렵게 됐다.
또,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유명 배우 조민기씨는 학과 학생들을 오피스텔로 불러 성추했다는 폭로에 부인으로 일관했지만, 잇따라 피해자들이 나타나자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유명 영화배우이자 연극배우로 영화제 대표까지 맡기도 했던 배우 조재현씨는 방송 스태프를 성추행한 의혹을 시인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사죄했고, 배우이자 교수인 한명구씨도 여학생 성추행 사실을 시인했다.
■‘미투’ 새국면, 성추행 자수도
성추행을 자수하는 인사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배우 최일화는 지난 25일 “조금이라도 저와 연루된 게 있다면 자진해서 신고하고 죄를 달게 받겠다. 오로지 죄스런 마음 뿐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유명 시사만화가도 직격탄
시사만화계의 대가로 꼽히는 만화가 박재동씨의 성추행 의혹은 더욱 충격적이다. 박씨가 주례를 부탁하러 온 후배작가를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웹툰 작가 이태경씨는 26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박씨가 지난 2011년 주례를 부탁하러간 자리에서 허벅지를 쓰다듬고 치마 아래로 손을 넣었다”며 박씨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대중문화계에 이어 한국 사회 인권의 최후 보루할 시민사회 단체와 종교계에서 미투가 터져나오고 있다. 천주교 사제 한 모 신부가 지난 2011년 아프리카에서 여성 선교단원을 성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미투’로 알려지기도 했다.
■빙산의 일각…이제 시작이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사회는 권력을 악용한 성추행이 만연했고, 철저히 은폐되어 왔다는 것이다. 영화계와 방송계, 연극계 등 문화계뿐 아니라 법조계, 정계, 학계, 교단은 물론 시민사회 단체와 종교계까지 성추행으로 곪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어서 ‘한국판 미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고은, 바지지퍼 내리고…”
고은 시인의 성추문을 처음 폭로했던 최영미 시인(57)이“자신의 입이 더러워 질까봐 폭로하지 못했던” 고은 시인의 성추행 행태를 추가로 고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 시인은 1993년경 서울 탑골공원 인근의 한 술집에서 직접 목격한 고 시인의 충격적인 성추행 행태 목격담을 추가공개했다. 다음은 최 시인이 전한 고은 성추행 목격담 전문이다.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내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널리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
내가 앞으로 서술할 사건이 일어난 때는 내가 등단한 뒤,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의 어느날 저녁이었다. 장소는 당시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종로 탑골공원 근처의 술집이었다. 홀의 테이블에 선후배 문인들과 어울려 앉아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데 원로시인 En이 술집에 들어왔다.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그는 의자들이 서너개 이어진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천정을 보고 누운 그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홀에 찬 그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아- ” 흥분한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들을 향해 명령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야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
‘니들’ 중에는 나와 또 다른 젊은 여성시인 한명도 있었다. 주위의 문인 중 아무도 괴물 선생의 일탈행동을 제어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재미난 광경을 보듯 히죽 웃고….술꾼들이 몰려드는 깊은 밤이 아니었기에 빈자리가 보였으나, 그래도 우리 일행 외에 예닐곱 명은 더 있었다.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술집마담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아유 선생님두-”
이십 년도 더 된 옛날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하기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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